현금사용: 뿌리 깊은 현금 선호 문화
일본 사회에서는 여전히 현금을 기본적인 결제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이나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일본은 범죄율이 낮고, 위조지폐도 드물며, 지폐의 품질이 매우 우수하여 오랫동안 사용해도 손상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지폐를 보관하거나 휴대하는 데 거부감이 적고, 일상생활에서도 현금 사용에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않습니다. 또한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일본에서는 디지털 결제 수단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이상 고령층이 대중교통 주요 이용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QR코드 결제나 IC카드 충전 방식에 익숙하지 않으며, 오히려 익숙하고 직관적인 현금 결제를 선호합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캐시리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러한 사회적 기반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 실제 적용률은 더디게 오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일본인의 현금 선호는 단순한 습관을 넘어선 문화적 정체성이 반영된 현상이며, 지하철 등 공공시설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교통결제: 복잡한 결제 시스템 구조
일본 지하철은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주요 도시마다 서로 다른 철도회사가 운영하고 있어, 하나의 통합된 결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JR, 도쿄메트로, 도부철도 등 각기 다른 회사가 동일 구간을 나누어 운영하며, 승차권 구매나 정산 방식에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운영 구조 때문에 통합형 결제 시스템 도입이 어려워지고, 결국 가장 범용적인 ‘현금’이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가 되는 것입니다. 일본에는 Suica, Pasmo, Icoca 등 다양한 IC카드가 존재하지만, 모든 노선이나 역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일부 지역에서는 IC카드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존재합니다. 특히 지방 소도시나 외곽 지역으로 갈수록 디지털 결제 인프라가 미비하여 현금이 사실상 유일한 결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교통 결제 시스템은 각 철도회사 간 협력이 필요하며, 이익 구조나 기술 표준 문제로 인해 통일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본 지하철의 결제 방식은 여전히 다층적이고 복잡하며, 이로 인해 현금 결제가 현실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화: 기술보다 문화의 문제
일본은 로봇,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 속 디지털화는 의외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결제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며,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지하철 결제 방식입니다. 정부는 2019년부터 '캐시리스 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QR코드 결제 시스템과 모바일 간편결제 앱을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사용자 증가 속도는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디지털화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수용성, 습관, 인식의 문제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지하철처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시스템일수록, 기존의 사용 방식에 대한 신뢰와 익숙함이 크기 때문에 쉽게 변화하지 않습니다. 또한 시스템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 보안 문제, 노인층 교육 등의 현실적인 장애물도 존재합니다. 기술은 충분하지만 사회적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변화가 정체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일본 지하철에서의 현금 고수는 기술적 미비가 아닌 사회 전반의 보수성과 문화적 저항감에서 기인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본 지하철에서 현금 사용이 여전히 지속되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 부족이 아니라, 뿌리 깊은 현금 선호 문화, 복잡한 교통 결제 시스템, 그리고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에 대한 느린 수용성 때문입니다. 앞으로 일본이 진정한 디지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보다 사회적 인식 개선과 통합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현금을 꼭 챙기세요!